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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막둥이

강아지와 로봇청소기의 운명적 만남… 그리고 대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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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저희 집에서 일어난 전설적인 사건을 공유하려고 합니다.

제목을 짓자면… “로봇청소기와 강아지, 그리고 똥의 미학” 집에 반려견과 함께하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은 겪었을 수도 있는 공포의 로봇청소기 사고. 저도 그날까지는 몰랐습니다. 이 기계가 우리 집을 ‘똥의 예술관’으로 바꿔 놓을 줄은요.

1. 평온했던 하루 그리고 대참사

어느 날과 마찬가지였던 주말이었습니다. 큰 아이는 친구 만나러, 작은 아이는 저와 함께 친구들과 체험관을 간 날이었죠. 재밌게 놀고 있는데 갑자기 큰 아이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집이 이게 뭐냐며 당장 빨리 집으로 와야 한다는 말과 함께...

둘째 아이와 저만 왔다면 그냥 가면 될 일이지만 친구와 친구 엄마까지 세 팀이 함께 상황이었고 아이는 친구와 더 놀고 싶다고 집에 안 간다고 버티는 상황이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죠.

큰 아이에게 전화를 다시 걸어 정확한 상황을 이야기 듣고는 헛웃음이 나왔습니다.

결국 사정 이야기를 하고 아이만 맡겨둔 채 집으로 달렸습니다.

2. 접근하지 말아야 하는 구역

로봇청소기에 청소예약을 해 놓고 나왔는데 우리 집 막둥이 아리가 배변패드 바깥쪽 정확히 말하면 끄트머리에 작은 선물(똥)을 준비한 거였습니다.

산책도 시켰고 모든 준비를 마쳤다고 생각했는데 뭐가 문제였던 것인지 로봇 청소기가 위치 인식을 실패하며 청소하지 말아야 할 구역을 열심히 청소해 버렸습니다. 

그 결과 온 거실에는 골고루 아리의 선물이 도배되기 시작했습니다. 그 광경을 큰 아이가 집에 들어와서 본 거죠. 처음에는 몰랐다고 하네요. 거실에 깔린 강아지매트 위에 그냥 정체 모를 가루들이 널브러져 있어 '이게 뭐지?' 하고는 그냥 지나쳤다고 하네요. 그러나 집에서 자꾸 냄새가 나는 거 같아 거실을 나왔다가 배변판 쪽으로 가보니 상황을 파악하고 저에게 전화를 한 겁니다.

3. 로봇청소기의 폭주, ‘예술’이 탄생하다

평상시에 집에 있는 때에는  배변판을 치우고 청소기를 돌리고 집에 없을 때는 구역을 설정하여 청소기를 돌리는데 그날은 무엇이 잘못된 건지 기존의 청소구역이 아닌 곳에 청소기가 들어가 버렸네요. 열심히 거실 전체를 다 돌고 편안히 충전기로 돌아가 있는 청소기를 드는 순간 코를 찌르는 우리 막둥이의 냄새가 진동을 합니다.

정말이지 불행 중 다행인 거 집에 오는데 퇴근시간이라 길이 너무 막혀 40여분이 걸렸는데 그 사이 큰 아이가 물티슈로 거실을 대충 다 닦아놓았더라고요. 물티수 한 통을 다 사용했네요. 고생했다 큰 딸아!

청소기를 3시에 작동시켰고 큰 아이가 들어온 게 6시였으니 그동안 똥이 다 말라서 가루가 되어 있었죠. 건더기가 아니라 가루들이라 물티슈로 닦았다고 큰 아이가 제게 하소연을 했습니다. 저에게 다행, 큰아이에게는 불행이었죠. 그렇게 똥을 닦는 와중에 '아리'는 좋다고 여기저기를 뛰어다니더랍니다. 이야기를 듣는데 왜 그리 웃기는지....

그때 똥칠이 된 상황의 사진이 없는 게 정말 아쉽네요. 큰 아이한테 사진이라도 찍어놓지 했다가 한 소리 들었습니다. 그 상황에 그럴 정신이 어딨냐고... 

4. 그 후… 진정한 청소 지옥의 시작

자, 이제부터는 저의 현실이었습니다. 이걸 대체 어떻게 치우죠? 로봇청소기의 바퀴 틈 사이에 껴버린 그것을 어찌 다 닦아낼지 방법이라고는 물티슈 밖에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물로 씻을 수도 없고...

일단 욕실로 가져가 거실 매트는 락스와 세제로 씻어서 닦아내고 매트 아래 바닥은 다시 밀대 걸레로 다 밀어냈습니다. 두 번씩 밀어서 닦았으니 이제는 괜찮을 거라 생각하고 로봇청소기 청소를 시작합니다. 일단 브러시와 걸레 등 분해가 되는 부분을 다 분해를 하고 물로 씻을 수 있는 부분은 다 세제로 청소했습니다. 로봇청소기를 분해해서 세척하는 동안 ‘내가 이러려고 로봇 청소기를 샀나’ 자괴감이 몰려왔습니다. 제일 문제는 로봇청소기 바퀴 부분이었습니다. 바퀴 사이사이에 낀 변들을 처리하느라 이쑤시개와 칫솔, 청소솔 모든 것을 동원했습니다. 최대한 본체에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조심해서 샤워기 물을 조절해 약하게 한 다음 물로 씻어내고 솔로 문지르고 또 물로 씻어내고 3~4번 반복하고 나니 거의 보이지는 않네요.

걸레는 다행히도 일회용 걸레라 그냥 버렸고 브러시도 새 거로 다 교체했습니다. 세제로 씻었지만 그래도 찜찜한 건 어쩔 수가 없더라고요. 

 

그렇게 한 바탕 난리를 치른 후 해맑게 웃는 '아리'를 보며 결심했습니다. 로봇청소기는 배변 체크 후 돌리자! 그리고 구역 설정이 제대로 되어 있는지 확인 후 청소기를 돌리자! 이 끔찍한 사건 이후로 저는 로봇청소기를 돌리기 전 반드시 아리의 배변 상태를 확인합니다. 아니면… 그냥 외출할 때는 로봇청소기를 돌리지 않는 걸로 맘먹었습니다. 혹시 여러분도 반려견과 함께 살면서 비슷한 경험이 있나요? 있으시다면 함께 웃고(?) 울어보아요. 

( P.S. 로봇청소기를 믿지 마세요. 그들은 생각보다 무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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